☕ 라라's Comment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한 주 건강히 보내셨나요? 지금쯤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는 분들도 계시겠죠? 저도 제주도 비행기표를 끊어놓고 남쪽 바다에 어울릴 수영복을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있어요.🙉 오늘 보내드리는 3번째 뉴스레터는 뉴욕타임즈의 <10대가 준비하는 찬란한 여름, 그런 여름은 오지 않을 걸>을 옮겨왔어요. 미국도 코로나로 힘든 한 해를 보냈고, 10대들도 집에서 원격 수업을 들어야 했어요. 그런 미국의 10대들이 지금 2021년 여름을 향한 기대와 흥분을 틱톡과 SNS에서 터뜨리고 있어요. 여름 냄새 폴폴 나는 하이틴 영화처럼, "내 여름도 저래야 마땅해!"라며 기억 조작을 펼치고 있는 거죠. 요즘 틱톡에서 교복을 입고 던던댄스를 추는 10대들을 보며, 저도 10대 시절을 돌이켜 봤어요.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처럼 지지고 볶고 파티를 벌이며 떠뜰썩한 하이틴 영화 여주로 살고 싶었는데, 현실은 우울하게 빨래판(모의고사 등수를 적어놓은 나쁜 게시판)을 들여다보며 수능 D-데이를 헤아려야 했어요. 여름방학은 보충수업을 듣는 기간이었을 뿐이었죠. 이 기사를 보며, 우리나라도 미국도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구나, 싶었답니다. 물론 유교걸과 유교보이의 하이틴엔 파티와 슬립오버는 없었지만요. 그럼, 미국의 하이틴이 기대하는 (그러나 오지 않을) 찬란한 여름은 어떤 모양일지, 아래 글에서 보세요!🏄 p.s "번역할 때 '우리(we)'라는 주어를 빼도 좋을 것 같아요."라고 보내주신 sophie 구독자님, 감사해요😄 구독자님이 원하는 주제, 다양한 의견 등등 기다립니다! 의견 주시려면 여길 눌러주세요. 하고 싶은 말 있어요!😺 ☕ 오늘의 단어 🍰 a tacit promise 암묵적인 약속 🍰 a disposable camera 일회용 카메라 🍰 develop a crush on~ 홀딱 반하다, 짝사랑하다 🍰 loom large 중요하게 느껴지다, 중대하게 보이다 🍰 tantalize (헛된 기대를 품게 해) 감질나게 하다 ☕ 5분 동안 1편 읽기 10대가 준비하는 찬란한 여름, 그런 여름은 오지 않을 걸 파티와 즐거움이 넘치는, 하이틴이 꿈꾸는 여름 (출처: NYTimes) "내가 원하는 건 완전 이런 여름이야." 캡션 아래, 틱톡에서 10대 소녀가 가수 킹스 오브 리온(the Kings of Leon)의 2008년 노래 'Sex on Fire'에 맞춰 몸을 흔든다. 행복하게 우는 것처럼 소녀는 입술을 꾹 다문다. 곧이어 영상은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거친 질감(grainy)의 일회용 카메라(disposable-camera) 해상도로 바뀐 초고속 몽타주 사진들로 잘린다. 나는 알아볼 수 있다. 자전거 타는 소녀들, 모닥불 옆 폭죽, 병째로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 해변에 놓인 피크닉 담요, 늦은 밤 식당 네온사인, 빨간 플라스틱 컵, 밤샘 파티에서의 마약, 테이블 위에서 춤추는 사람, 비바람 속 장미 덤불. 너무 빨리 끝나버려서, 빠른 속도로 지나가 버린 길고도 아련한 향수(nostalgia)처럼 보인다. "우리 모두 올해 누릴 자격이 있어." 소녀는 영상 마지막에 이렇게 썼다. *#summer #summer2021* 라는 해시태그를 덧붙이며. 이런 영상 장르를 '2021년 여름 예고편'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한 해를 대부분 집에서 보낸 미국의 10대 청소년들이 이런 영상을 자주 만든다. 이들은 즐거운 여름과 우정, 로맨스, (집과 코로나에서) 해방되기(release)를 간절히 바란다. 상상은 수많은 형태로 나타난다. 몇몇은 글과 그림, 사진, 영상이 짜깁기된 몽타주다. 누군가는 클럽의 뜨거운 열기를 기대하지만, 보통은 10대의 침실 공간이다. 어느 소녀는 선글라스를 쓰고 짧은 바지를 입은 채 자기 방 침대에서 춤을 춘다. 또 다른 소년이 두꺼운 마스크를 벗자 전구 불빛이 번쩍인다. 자막엔 이렇게 쓰여있다. “2021년 여름이 이렇지 않다면, 난 이런 여름은 원하지 않아!” 또 다른 누군가는 곧 임박한 대혼란(impending havoc)에 대해 ‘모든 부모’에게 미리 사과한다. 몇몇은 비키니를 입거나 패션 팁을 알려주는 소녀들을 보여준다. ‘핫 걸 서머(Hot Girl Summer)’라는 제목이 붙은, 일종의 물건 찾기 게임(scavenger hunt) 같은 기록 영상도 스크린에 휙 스친다. 키스하면 5점, 키스 마크(a hickey)도 남기면 8점, 외박하면 20점, ‘파티에 가면’ 25점이다. 왠지 여름엔 여름답게 놀아야 할 듯한 압박이 들어요 (출처: 게티이미지) 이건 영화와 광고와 책에서 암묵적(tacit)으로 약속한 세탁된(laundered) 이미지다. 모름지기 여름이란 이래야 한다고 말이다. 미국인은 어려운 한 해를 넘기고 안도감을 느끼면서 백신 이후 여름(the post-vaccine summer)을 향한 기대로 흥분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상상하고 이미 시작한 일들이지만, 지난 몇 달 동안은 제약을 겪는 바람에 못했던 일들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껴안고, 미용실을 예약하고, 바에 가고, 여행 계획 세우기. 이런 즐거움 가운데에는 자유롭고 재밌고 난잡한 여름을 향한 기대감이 있다. 지난 모든 여름을 뛰어넘는 기대감이다. 이런 흥분은 #summer2021 에 관한 게시물을 올리는 10대 사이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기대감은 자기의 고유한 경험이 된다. 방 안에서 옷을 차려입고 클럽에 온 사람을 흉내 내거나,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여름을 어떻게 기록할지 꼼꼼히 계획한다. 영상에서 어떤 사람은 모조 보석(rhinestones)으로 스크랩북을 꾸미며 시청자들에게 상기시킨다. "여름에 쓸 일회용 카메라를 사는 걸 잊지 마." 2021년 미국에서 이런 기대를 안고 살아갈 여름은 없다. 팬더믹이 분명히 끝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백신 접종률은 일부 지역에선 낮아지고 있고, 코로나 환자는 기대 만큼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든(out of caution) 관성적(inertia)으로든, 사회적 거리두기(distancing)와 마스크 착용(masking rules)은 계속될 수 있다. 고통스러운 한 해 뒤에 곧바로 재미있는 해로 바뀌긴 어렵다. 특히 여름은 10대들의 기대를 절대 채워주지 못한다. 나는 10대 시절 여름 대부분 로드 아일랜드에서 가족과 함께 보냈다. 여긴 나른한 지루함(languid boredom), 놀이기구 대기, 도서관이나 파네라 베이커리로 유명한 곳이다. 친구들과 밤새워 논 적은 있지만, 막연히 알던 파티에 몰래 갈 만큼 용감하진 못했다. 남자애들에게 홀딱 반한 적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말을 걸기엔 너무 수줍은 나머지 긴 인스턴트 메세지를 보냈다. 나는 대수학을 공부했다. 절대 일어나지 않을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로맨틱 코미디와 사라 데센의 소설에 나오는 무언가를 기다렸다. 정의할 수 없는 여름 로맨스(the elusive summer romance), 또 9월엔 친구들에게 말할 수 있을 정말로 중요한 걸 기다렸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소셜미디어는 어디에나 있다. 이는 더 나은 버전의 삶을 지속해서 살라는 압력이 된다. 여름을 향한 기대의 강도를 높이는 건 물론이고, 다른 어딘가에서 다른 사람들이 더 나은 여름을 즐길지도 모른다는 보편적인 감각도 커진다. 특히 그런 몽타주 영상 속 어떤 부분의 내용과 느낌이 너무나도 익숙해서 놀랍다. 봄이라는 똑같은 기간에 품는 똑같은 오랜 열망. 단지 1년 동안 봉쇄와 원격 수업, 질병과 두려움으로 그 열망이 더욱 강렬해졌을 뿐이다. 영상에서 어떤 소녀가 자막을 달아놓았다. "이런 여름을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어. 신이시여, 제발 제발 제발 이런 여름을 원해요." 다른 여름 사진 필름이 반짝이며 지나간다. 키스, 자전거, 젖은 수영복 차림으로 자동차 후드에 앉아있는 사람들. 누군가의 카메라에서, 기나긴 과거(indefinable time)로부터 무언가를 끌어당기는 듯한 이미지다. (또는 레트로 느낌을 강렬히 자아내는 폴라로이드와 일회용 카메라가 요즘 유행인지도 모른다.) 1960년대 해변 파티 영화를 떠오르게 하는 모닥불,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 인기 있던 영화 <끝없는 사랑> 포스터처럼 너무나도 완벽한 오렌지빛 일몰, 90년대 영화 속 파티를 연상케 하는 빨간 컵들, 틱톡 10대들의 시그니처 같은 큰 아이스라떼. 그리고 비, 항상 비, 구름이 흩어지는 순간, 음악이 탄생하는 순간, 키스를 위한 순간, 또는 이런 상상들. 이 이미지들은 수십 년 문화적 상상력을 넘나들며 미국적인 이미지를 이끌어낸다. 이런 영상이 주는 진한 감동(the poignancy)이 나를 압도한다. 이 10대들은 닿을 수 없는 과거를 붙잡으며 미래를 상상하고 보여준다. 그들이 믿는 기준은 보편적이진 않지만, 그들이 경험한 문화 속에선 아주 중대하게 보인다. 여름은 이래야만 한다고, 영화와 광고와 책을 통해 암묵적인 약속으로 미화된 이미지들이다. 어린이들은 프롬(고등학교 댄스 파티)이나 졸업식 또는 10대의 획기적인 사건들(milestones)을 경험하기도 전에, 미리 이런 여름을 (영화와 광고, 책으로) 소비한다. 지난해 이 의식(ritual)들은 대부분 취소됐다. 작지만 의미 있는 비극이었다. 이상적인 여름을 떠올리게하는 하는 소품으로 넘쳐나는 이 이미지들은, 문화가 지금껏 팔아온 여름을 돌려달라고 호소하며 리허설한다. 미국 10대들은 팬더믹 종식을 향한 기대감과, 감질나는 환상에 부응하지 못할 미래에 대한 향수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백신 이후 여름 쾌락주의자(hedonistic) 버전으로 살아갈 이들은 대부분 20~30대일 테다. 심지어 그들조차도,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을 극도의 흥분을 충족하고자 고군분투할 것이다.) 이 예고편은 일어나지 않은 일과 아마도 일어나지 않을 일을 하이라이트로 보여준다. 지금도 누군가는 침실에서 레트로 느낌의 후면 렌즈(backward-facing lens)를 들여다보며, 이런 환상적인 여름이 펼쳐지길 바라고 있다. 그다음에 10대들은 마치 이미 이런 여름을 경험한 것처럼 공유한다. 스팸함에서 살아남기! hello@stibee.com을 주소록에 추가해주세요. 주소 전화번호 수신거부 Unsubscribe |
에디터가 번역한 해외 기사와 수다